태어난 건 일본이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자란 곳은 일본이 아니다. 자신이 언제 어떤 경위로 일본에서 러시아로 넘어오게 된 건지도, 용병들의 손에 자란 것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 건 상관 없다. 그들이 없었으면 나는 진작에 얼어 죽거나, 굶어 죽거나,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에게 이유도 없이 총을 맞아 죽었을 것이다. 그들 덕분에 나는 올해로 17살까지 살아있...
“겐타, 8시.” ‘혈청’의 힘을 얻어 날아오는 총탄의 방향을 볼 수 있어도, 평범한 사람의 몸으로 총알을 피할 수는 없다. 이걸 만든 사람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쓸모없는 걸 만든 걸까. 혈액 제공자는 이 사실을 알까. 아니, 애초에 이런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까. “진심임까? 총알을 피하는 괴물에 이어서 이번엔 총알이 소용없는 괴물이라니.” 앨런 ...
「뭐, 벚꽃은 내년에도 피잖아요」 「………………그런가, 그렇구나!」 "도쿄도 '벚꽃 만발'… 늦어진 개화에 8일까지 교통통제" 치사토의 세이프 하우스. 평소처럼 저녁 식사 후 거실에서 둘이서 뉴스를 보는데, 녹차맛 하겐다즈를 먹던 치사토가 갑자기 손에 쥐고 있던 나무 스푼을 테레비전을 향해 겨누며 외쳤다. “아, 맞다!” “네?” “벚꽃 보러 가야지! 가자...
“히메가마 군은, 아이가 있나?” 몇 년 만의 귀국길, 상사의 뜬금없는 말에 히메가마는 조용히 눈을 흘겼다. “제가 미혼인 건 알고 계실 텐데요.” “아아, 이런 실례를. 그랬지.” 밝은 갈색을 단정하게 넘긴 감색 수트 차림의 중년 남성은, 멋쩍은 듯 웃었다. 빛에 반사된 부엉이 배지가 날카롭게 번쩍였다. “하지만 히메가마 군, 아이란 건 꼭 피를 ...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창밖에는 이따금 천둥 번개도 치고 있었다. 날씨가 이런데, 치사토는 정말 좋은 날씨라고 했다. 공포영화를 보기에. “치사토, 영화 시작해요. 빨리.” “벌써? 지금 갈게~.” 오프닝 화면이 뜨는 타이밍에, 팝콘이 가득 든 데드풀의 머리통을 들고 치사토가 나타났다. 소파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타키나에게 팝콘 통을 내민다. “히히...
“타키나, 이건 뭐야?” “영수증이요.” “아니, 영수증인 건 보면 아는데. 왜 이런 걸 찍었어?” “장 보고 오는 길에 임무가 생겨서. 점장님한테 제출하기 전에 잃어버리거나 찢어질까 봐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저장했어요.” “오~. 머리 좋은데~.” “딱히. 치사토 스마트폰에는 먹을 거 사진밖에 없네요.” “뭐 인마. 내 마음이거든?” 문득. 정말 문득. 타...
입술이 떨어지고, 서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주 본다. 조금 진정이 된 치사토는 문득 타키나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손 둘 곳을 찾아 헤매는 듯, 허공에 대고 휘적거리고 있다. “타키나아.” “네.” “손 왜 그래?” “손? ………아.” 치사토가 지적하자 눈치챈 듯, 휘적거리던 손을 어색하게 뒤로 숨기고 귀가 빨개져서는, 들리지 않게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
크리스마스가 지났어도, 한밤중의 도쿄는 황금색 빛으로 수놓아있었다. 쓰러진 구 전파탑의 꼭대기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하얀 유성우가 되어 포근하게 마을을 덮을 때, 제법 형태를 갖춘 연공목이 그 옆에서 조용히 빛을 보탠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세워진 DA본부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깊은 어둠 속, 일본의 치안을 지키는 비밀 조직의 건물을 향해 검은색 어미 고...
화장실 소재가 있습니다. 자업자득이라고는 생각한다. 타키나가 고지식한 것도 알고 있고. 그래도 타키나 씨. 정도란 게 있지 않을까? 아니야? 그렇구나. 그럼 할 수 없지. 음~~~~~~~. 근데. 그래도 화장실 갈 때는 손 좀 놔주면 안 될까요?! 하~~~~. 머리 아파………….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걸까. 화장실 가고 싶은 걸 참으며 아무 생각이나 해본...
DA에 불려갔다. 임무로. 리코리코는 쉬기로 했다. 치사토는 잘 다녀오라며 웃는 얼굴로 배웅해줬다. 다녀오면 같이 영화를 보자며. 그러자고 했다. 첫날은 괜찮았다. 일정을 마치고, 자기 전에 치사토의 라인에 답장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부터 조금씩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휴식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 치사토는 낮에는 리코리코 일로...
임무로 무기 거래 업자를 추적하던 나와 타키나는, 어쩌다 보니 여차여차 하여 무기 보관 상자에 갇혀버렸다. 나는 상자 바닥 면에 양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고, 타키나는 그런 나를 감싸듯 내 몸 위에 포개져 엎드려 있다. “우와. 경치 좋네~.” “………………….” 어색해서 아무 말이나 해 봤는데, 타키나는 나를 빤히 내려볼 뿐 반응이 없었다. 이 녀석, 사람...
안녕하세요.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이 IF시리즈의 마지막편이 될 예정입니다. 엔딩까지 제 마음 속에 정해져 있습니다만, 좀 더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공지를 남깁니다. 그 동안은 sonar-s.com에 올렸던 조각글의 문장을 다듬어서 종종 이곳에 재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트위터와 오다이바코는 상시 운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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